Newspapers

home > Media News > Newspapers
제목 2021/01 [신상배 연구소장] 구글도 포기한 당 측정 콘택트렌즈 상용화 임박…당뇨환자에 희망 주겠다
조회수 364 등록일시 2022-05-10 09:27:28
첨부파일 파일다운로드 조선비즈.pdf

 

▲ 눈물 속 당 수치를 재고 약물을 투여할 수 있는 스마트 콘택트렌즈.

 

"피를 뽑는 대신 착용하는 것만으로 당() 수치를 잴 수 있는 콘택트렌즈를 만들기 위해 4년 넘는 시간을 쏟았습니다. 내년 세계 최초 상용화를 통해 하루에도 몇 번씩 힘들게 채혈해야 하는 당뇨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지난 19일 오후 경북 포항 포스텍(POSTECH)에 있는 벤처기업 화이바이오메드 연구실에서 만난 신상배(42) 연구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신 소장은 2017년 아직 전 세계 누구도 상용화하지 못한 눈물 속 당(누당·淚糖) 측정용 콘택트렌즈를 세상에 내놓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던 한세광 화이바이오메드 대표(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의 도전에 함께하기로 했다. 당을 측정할 센서는 반도체 집적회로(IC)의 일종이기 때문에 관련 분야를 전공한 신 소장에게 딱 맞는 연구였다. 신 소장은 일본 도요하시대에서 광전자 IC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2017년까지 연세대와 포스텍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지내며 반도체 IC 관련 연구를 했다.

 

피를 뽑지 않고도 당 수치를 재는 기술은 2010년대부터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2018년 미국 CNBC "미국에서만 1억명이 당뇨나 당뇨 전 단계의 질환을 앓고 있으며 혈당 체크를 위해 매일 여러 번 손에 주사바늘을 찔러야 한다. 비침습적인 당 측정 방식은 이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성인 7명 중 1명이 당뇨나 전 단계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워치로 손목 혈관에 빛을 쬔 후 혈액 속 당 성분과의 상호작용을 감지하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각각 자사의 스마트워치에 이 기술을 탑재하려고 연구하고 있다. 신 소장은 "스마트워치로 빛을 쫴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일이 가능해졌지만, 당 측정을 위해서는 이보다 더 강한 빛이 필요하기 때문에 피부화상 등의 문제 해결이 필요한 것으로 안다" "반면 콘택트렌즈에 작은 센서를 달아 눈물 속의 당 성분을 감지하는 방식은 더 쉽게 구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이용해 당을 측정하는 시대가 열리고 당뇨 환자들이 채혈의 고통에서 벗어날 것"이라며 향후 국내 기업들이 개발할 스마트 콘택트렌즈의 시판 허가 심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도 2014년 수십억달러(수조원)를 투자해 개발에 나섰지만 2018년 중단했다. 신 소장은 "누당과 혈당 수치 사이의 관련성이 규명되지 않았던 게 개발 중단의 이유였다"라고 설명했다. 누당 수치가 높다고 해서 혈당 수치도 높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누당을 아무리 정밀하게 측정해도 혈당 수치를 간접적으로 알려줄 수 없다면 건강관리에 무용지물이란 것이다.

 

알파벳의 후발주자였던 화이바이오메드 입장에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연구팀은 2017년부터 연구한 끝에 최근에야 반가운 결과를 얻었다. 토끼 30여마리를 대상으로 콘택트렌즈로 잰 누당 수치와 일반 채혈 방식으로 잰 혈당 수치를 비교한 결과 두 수치가 비례한다는 걸 95%의 데이터 정확도로 밝혀낸 것이다. 신 소장은 "가령 누당 수치가 1에서 2로 올랐다면 혈당 수치도 10에서 20으로 올랐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됐다" "연구성과는 오는 2~3월 국제학술지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에 투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 ​화이바이오메드가 개발한 스마트 콘택트렌즈 시제품. 작은 사각형의 센서와 고리 모양의 안테나가 들어있다.

 

신 소장이 보여준 스마트 콘택트렌즈는 겉보기엔 일반 소프트 콘택트렌즈와 비슷했다. 대신 눈과 맞닿는 실리콘 안쪽면에 가로·세로 1.15㎜ 크기의 센서가 있어 누당을 감지한다. 측정된 누당 수치는 고리 모양의 안테나를 통해 외부의 본체로 전달된다. 센서는 평소에 꺼져있다가 본체를 가까이 가져다 대면 기능이 활성화된다. 시제품의 본체는 한 손에 쥘 수 있는 카드 모양으로 개발됐지만, 향후 출시 제품의 본체는 안경 형태로 만들어 당뇨 환자가 필요할 때마다 쓰고 벗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도전 5년 차인 화이오메드는 올해 하반기 임상을 계획하고 있다. 신 소장은 "토끼를 대상으로 한 전임상에서 성능과 안전성을 확인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임상 공동연구를 위해 논의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몸에 약물을 주입하는 치료제 임상보다 안전성 우려가 낮기 때문에 비교적 빠르게 시험을 마치고 내년 중에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에 시판된다면 미국 수출을 위해 식품의약국(FDA) 임상도 추진한다.

 

신 소장은 스마트 콘택트렌즈가 5년째 개발하고 있는 기술인 만큼 쉬운 기술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눈에 닿는 의료기기인 만큼 정교한 마감이 필요하다. 신 소장은 "전자빔 금속 증착기, 기상 증착 절연 코팅 시스템, 적외선 비파괴 현미경, 레이저 절단 시스템 등 약 10억원 규모의 장비를 동원해 시제품의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했다. 실제 제품 생산은 국내 콘택트렌즈 제조업체 인터로조(29,450 ▼ 1,100 -3.6%)가 맡는다.

 

렌즈 두께는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 소장은 "누당 센서 때문에 두께가 0.2㎜ 정도로, 일반 콘택트렌즈(0.1)보다 2배 두껍다" "장시간 착용 시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더 얇게 만들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누당 센서는 파운드리 업체를 통한 위탁 생산이 필요하다. 현재 화이바이오메드는 대만 TSMC 100나노공정으로 센서 시제품을 만들어왔는데, 삼성전자와 협의해 이보다 10배 더 정교한 10나노공정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향후 당 수치를 낮추는 치료 기능도 구현을 준비 중이다. 센서처럼 작고 얇은 금박 패치에 약물을 넣어 콘택트렌즈에 탑재하면, 금박이 눈물에 녹아서 약물이 눈물과 섞여 몸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원리다. 신 소장은 "기존 주사나 경구 투여 방식보다 약물 전달이 잘 돼 더 적은 양만 투여해도 치료가 가능한 방식이다"라며 "다만 센서와 달리 약물을 사용하는 만큼 안전성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렌즈가 동공 속으로 빛을 쫴 당뇨 합병증인 당뇨성망막증을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은 이미 토끼 대상 전임상에서 효과가 확인돼 올해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신 소장은 "당뇨에 걸린 토끼 32마리를 대상으로 각각 한쪽 눈에만 렌즈를 착용시킨 결과, 모든 토끼의 렌즈쪽 눈만 당뇨성망막증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당뇨 환자는 눈 속에 모세혈관이 많아져 심하면 실명까지 유발할 수 있는 당뇨성망막증을 합병증으로 앓게 되는데, 일주일에 10~20분 정도의 빛 치료로 이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당뇨성망막증을 예방할 수 있는 붉은 빛을 내는 콘택트렌즈(왼쪽)와 그외 시력교정 등을 목적으로 다른 빛깔을 낼 수 있는 콘택트렌즈(오른쪽).

화이바이오메드는 한 대표가 의료·성형 소재 등을 개발하고 상용화하기 위해 2014년 창업한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현재 스마트 콘택트렌즈 개발에는 인터로조, 포스텍 전자공학과, CK성모안과의원 연구팀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지난 5년간 시제품 개발에 100억원을 지원받았다.

이전글 2020/11 당뇨 진단하고 치료하는 똑똑한 콘택트렌즈의 산실
다음글 2021/03 [한세광 교수] 근적외선 제어 약물전달 시스템 개발
TOP